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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일상생활) 오미크론 증상의 기록 from아내

by 테샤르 2022. 3. 24.

 오미크론 증상의 기록

오미크론은 감기 같다고, 코로나 종식을 위한 축복 같은 거라고 말하는 자들의 혀를 뽑아버리고 싶다.
내가 겪은 오미크론은 그렇게 가볍게 지나가지 않았으며, 증상은 인플루엔자에 걸렸을 때 보다 좀 더 심각했다.
 (백신 상황 나 : 화이자 2차 / 남편 : 얀센. 모더나)

 인플루엔자는 고열이 특징이었고 타미플루를 처방받을 수 있어서 그 커다란 주사를 천천히 맞자마자 즉각 체온이 떨어지는 걸 느낄 수 있었기 때문에 금세 컨디션이 돌아왔었다. 오미크론의 목에 칼이 꼽힌 것 같은 아픔에는 별다른 치료제를 투여받지도 못하고 자연치유를 기다려야 했으니 슬픈 일이다.
인류의 과학력은 달에 놀러 다니는 것보다 우선해야 할 것들이 산더미처럼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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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1 - 증상 1일차 >

밤에 어쩐지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밤새 3번이나 구토를 하고 설사를 했다. 저녁 먹은 게 체했나 보다 싶었다. 숨 쉬는 게 답답하고 불편하다고 느껴졌다. 입으로 숨을 몰아 쉬었다. 다음날은 팀장님에게 양해를 구하고 월차를 썼다. 피곤한 몸을 좀 추스르고자 낮잠을 청했다. 남편은 아무런 증상이 없었다. 체한 게 트리거가 되어 오미크론 증상이 발현된 것인지 오미크론에 걸려서 소화불량이 일어난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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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2 - 증상 2일차 >

자고 일어났는데 어쩐지 목이 따끔거리고 칼칼했다. 휴식 이후에도 증상이 전혀 좋아지지 않았고 전신에 근육통이 있었고 힘이 나질 않았다. 느낌이 평소 체한 것과는 좀 달랐기에 집에 사다 놓은 코로나 검사 키트를 해봤다. 결과는 연한 두 줄이었다. 검사를 하면서도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 했던 건데ᆢ 밖에 나가지 않고 재택을 하던 우리는 결과에 꽤 충격을 받았다. 다만 밤 10시가 넘었기에 다음날 아침 일찍 병원에 가기로 하고, 즉시 남편과 떨어져 안방에서 혼자 잤다. 목이 좀 따갑고 몸살기가 있었다. 남편도 목이 따갑다고 말했다.


<Day 3 - 증상 3일차 , 확진1일차 >

오전에 신속 항원 검사가 가능한 병원에 가니 이미 25명이 넘는 대기자가 내 앞에 줄을 서고 있었다. 약 한 시간 정도 기다리니 나와 남편의 차례가 왔다. 둘 다 신속 항원 검사를 하고 기다렸다가 진료실에 들어갔다. 우리는 둘 다 양성이었고 더 이상 집안에서 격리할 필요는 없어졌다. 약을 한 봉지가 꽉차게 타서 귀가했다. 이날은 오한이 많이 들고 근육통이 심했다. 약을 먹었지만 잠을 푹 잘 수 없었고 자꾸 깼다. 밤에는 기침이 나왔다. 목이 많이 부었고 점점 더 아파졌다. 남편은 이때도 증상이 거의 없었다.


< Day 4 - 증상4일차, 확진 2일차 >
아침에 목이 찢겨 나간듯한 고통에 잠에서 깼다. 하루 만에 목소리가 아예 나오지 않았고 밤새 기침을 해서 그런지 목에 상처가 생긴 것 같았다. 목에 칼이 박혀 있거나 칼날이 목 속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상태가 안 좋았으며, 도저히 침을 삼킬 수가 없었다. 생전 처음 겪어보는 고통에 그냥 침을 흘리는 게 났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목이 타들어가는 느낌이 계속 들었다. 약을 먹어도 호전되지 않아서 그냥 정신을 잃고 다 나을 때쯤 깨고 싶었다. 같이 확진된 남편은 이때도 증상이 거의 없었으며 무척 평화로워 보였다. 나는 사람마다 천차만별로 다른 거구나 생각했다. 증상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간극이 매울 수 없을 만큼 너무나 차이가 났다. 이때 난 몸과 마음이 지쳐가서 매사에 짜증이 났다. 스스로를 통제하기 어려웠다. 다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고 짜증을 낼 기력도 없으므로 성질을 부릴 수 있는 상태가 되지 못 했다. 물을 삼키면 통증이 귀까지 이어졌다. 환자가 물을 마시고 귀를 막고 있으
면 귀까지 아려서 그런거다. 남편은 아무래도 무증상 확진자 같다.

< Day 5 - 증상5일차 확진 3일차 >
이날 아침에도 역시 목이 아파서 잠을 깼다. 전날 밤, 중간중간 깨서 잠을 잘 잘 수 없길래 새벽녘쯤 약을 한 봉지 더 먹었다. 약물 오남용이라도 하지 않으면 지옥이 따로 없는 고통(목이 갈라지다 못해 타들어가는)을 느끼고 있어야 한다. 제정신을 유지하고 싶지가 않았다. 그냥 정신을 잃고 있다가 회복한 이후에 깨어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눈이 일찍 떠져서 아침을 먹었다. 약을 빨리 먹기 위해 할 수 있는 유일한 행동이 이것뿐이기 때문이다. 오미크론에 걸린 환자가 있다면 전날 국을 끓여두는 게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목이 아파서 따듯한 국이 없으면 식사를 제대로 할 수가 없다. 
타는 듯한 목 아픔을 제외하면 다른 특별한 증상은 없었다. 의사가 처방해 준 목 헹구는 약은 이미 다 써서 이미 없었지만 멀쩡한 남편의 목 헹구는 약을 내가 쓰기로 했다. 
목 고통을 경감시켜주는 약이 절실했는데 
격리 중이라 나갈 수 없었다. 근처에 사는 친구 K가 스트랩실(캔디형 소염제)과 목에 뿌리는 프로폴리스, 목을 헹구는 탄툼. 이렇게 3가지 약을 현관문에 걸어서 주고 갔다. 고마워서 눈물이 났다. 이 약들은 거의 동이 나서 지금 구하기가 어렵다는 걸 알고 있었는데, 물어보니 K는 약국 4군데를 돌아다녀서 사왔다고 했다.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상비약은 미리 사뒀지만 이런 것까지 챙겨두진 않았다. 목소리가 계속 안 나와서 남편과는 카톡으로 대화했고 
식사도 그가 도맡아줬는데 만약 둘 다 증상이 있었으면 배달을 시켜야 했거나 신경 쓸게 더 많았을 테고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남편은 아프지 않았다.


< Day 6 - 증상6일차 확진4일차 >
자다 깨다 했으나 잠은 오래 잤다. 목에 박힌 칼 몇 개 중 한두 개가 빠진 것 같았다. 침을 삼킬 때 아픔이 조금 경감된 것 같다. 더디지만 회복되고 있는 게 느껴졌다. 오렌지 주스를 마시고 싶었으나 목이 따가워서 넘길 수가 없었다.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쉰 소리 같았고 원래의 내 목소리는 아니지만 아예 안 나오던 때에 비하면 엄청난 변화다. 확실히 회복기에 접어든 것 같다. 이젠 살았구나 싶었다. 드디어 정신이 조금 돌아온다. 야근을 해도 집 정리를 꼭 하던 사람인데 집이 더러운 게 너무 눈에 보여서 약간이나마 정리를 했다. 약기운 때문에 정신이 없어 하루 종일 잠만 잤었는데 낮에는 조금 깨어있을 수 있다.


< Day 7 - 증상7일차 확진 5일차 >
여전히 아침엔 목이 아파서 어서 밥 먹고 약을 빨리 먹어야 편해진다. 목에 있던 칼 대부분이 빠진 것처럼 느껴졌다. 발목 안쪽 부분에 두드러기 같은 게 올라왔다. 간지러워서 긁어보니 점점 더 심해졌다. 조금 징그러워 보였다. 오미크론에 있는 모든 증상을 다 겪고 있는 것 같다. 그렇지만 이젠 살 것 같다. 목이 덜 아프니까 사람 사는 것 같다. 쓰레기 배출이 안돼서 더러운 것 같아 신경이 쓰인다. 잠도 줄어들었고 어제부터 확실히 회복기라는 생각이 든다. 조금 피곤하긴 하지만 잠이 쏟아지지는 않았다.


< Day 8 - 증상8일차 확진6일차>
목이 아픈 증상이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지만 이제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내일은 격리가 해제되는 날이다. 꼬박 일주일을 아팠구나.. 기록은 종료한다.


오미크론이 이 정도로 아픈데 이전의 알파나 델타 같은 것들은 얼마나 심각하게 아팠던 걸까? 이래서 많은 사람들이 앓다가 죽었나 보다. 전 국민이 이렇게 죽다 살아나서 자가면역이 되어야 코로나가 종식될 수 있는 거라면 종식되지 않는 게 맞겠다고 생각했다ᆢ 젊은 내가 이 정도로 아픈데 병약한 늙은이는 모두 죽을 것 같기 때문이다. 남편과 내 증상이 이 정도로 다른 것을 보니 증상도 랜덤하게 나오는 것 같았다. 내가 특별히 약하거나 체력이 나빴던 것은 아닌데 왜 이렇게 지독하게 아팠는지 잘 모르겠다. 운이 없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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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생각해봐도 감염경로를 모르겠다.
우리는 선거일 이후로 누굴 대면한 적이 없다. 밖에도 거의 나가지 않았다. 선거일에 만난 친구들(나까지 3인) 과 차를 마셨을 때 감염됐을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보기엔 거기서 확진자는 나밖에 없었으므로 역시나 잘 모르겠다.
 K94 마스크를 쓰고 이마트와 다이소를 다녀왔었다. 마스크를 내린 적도 없었다. 배달음식을 가끔 시켜 먹었는데, 비가열 된 김치나 깍두기 등을 통해 감염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먹었던 영양제
평소 비타민C는 하루 1000mg 정도 먹었지만 이때는 2000mg이 넘게 먹었고 비타민D는 평소 2000iu에서 5000iu로 늘리고 비타민 K2는 평소대로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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